해마다 여름이면 가족들과 함께 한국을 다녀옵니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한국이 더 더워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올해는 급기야, “우와, 여기 두바이만큼 덥다.” 그랬는데…
아니었습니다.
두바이로 돌아와 보니 역시 두바이는 두바이였습니다. 훨씬 덥습니다. ㅎㅎ
두바이에서 살다 보면 가끔 다른 곳에서는 해보지 못했던 창의적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요즘 제가 가끔 조깅을 하러 가는 곳도 조금 특이합니다.
바로 쇼핑몰입니다.
오늘은 제가 직접 경험하고 있는 두바이 몰라톤(Dubai Mallathon) 이야기에서 시작해, 93km 길이의 미래형 보행·자전거 네트워크를 제안한 The Loop Dubai, 그리고 이런 도시의 변화가 장기적으로 두바이 부동산의 가치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Dubai Mallathon, 쇼핑몰에서 조깅을 한다고?
마라톤(Marathon)은 잘 아시죠? 그런데 혹시 몰라톤(Mallathon)이라고 들어보셨나요? 🙂
두바이의 여름은 야외 운동을 하기 쉽지 않습니다. 한낮에는 기온이 40도를 훌쩍 넘는 날도 많다 보니 걷거나 뛰는 것조차 부담스럽습니다.
이런 두바이의 기후적 특성을 꽤 재미있는 방식으로 해결한 것이 Dubai Mallathon입니다.
Dubai Mallathon은 두바이 왕세자 셰이크 함단 빈 모하메드의 주도로 시작된 도시 차원의 건강·운동 프로그램입니다. 여름철 아침 시간에 쇼핑몰을 실내 걷기와 러닝 트랙으로 활용합니다.
2025년 8월 처음 시작됐는데 당시 Dubai Mall, Mall of the Emirates, Dubai Hills Mall 등 두바이의 주요 쇼핑몰을 아침 시간대에 걷고 달릴 수 있는 공간으로 개방했습니다.
첫해 반응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연인원 4만 명 이상이 참여했고, Dubai Hills Mall에서 열린 마지막 행사에는 1,392명이 참여해 ‘쇼핑몰 러닝 이벤트 최다 참가자’ 기네스 세계기록도 세웠습니다. 반응이 좋자 2026년에는 한 달짜리 행사를 3개월 규모의 연례 프로그램으로 확대했습니다.
2026년 행사는 6월 15일부터 9월 15일까지 진행되고 있으며, 8월 말 기준 참가자가 이미 1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일반적인 걷기와 조깅은 무료이고 별도의 온라인 사전등록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별도로 진행되는 공식 레이스에는 사전등록이 필요합니다.
Dubai Mallathon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Dubai Mallathon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가 가끔 Dubai Hills Mall에서 뛰는 이유
제가 종종 가는 곳은 Dubai Hills Mall입니다.
이곳에도 정해진 러닝 코스가 있고, 한 바퀴가 약 1.5km라 원하는 만큼 반복해서 달릴 수 있습니다.
에어컨이 나오는 쇼핑몰 안에서 달린다는 것이 처음에는 조금 생소합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면 두바이의 여름에는 상당히 합리적인 운동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좁은 구역에서 사람들이 서로 붐비면서 뛰는 것도 아닙니다. 넓은 쇼핑몰에 코스를 만들어 놓고 뛰는 방향도 정해져 있고, 반환점도 있습니다. 시큐리티 직원들이 출근하는 직원들과 러너들이 엉키지 않도록 통제도 합니다.
심지어… 물도 있습니다.

유모차를 밀고 달리시는 분들도 있고, 아이들과 함께 걷고 뛰며 즐거워하는 엄마 아빠들도 많이 보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뛰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큰 공간을 시원하게 만들어 놓으니 한여름에도 사람들이 걷고 뛸 수 있구나.”
그리고 자연스럽게 떠오른 프로젝트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The Loop Dubai입니다.
The Loop Dubai, Mallathon을 93km로 늘린다면?
The Loop를 아주 단순하게 설명하면 이런 상상을 해볼 수 있습니다.
Mallathon에서 경험하는 시원한 걷기와 달리기 공간을 도시 전체로 확장한다면 어떨까?
물론 Dubai Mallathon과 The Loop는 별개의 프로젝트입니다.
Mallathon은 기존 쇼핑몰 공간을 여름철 운동 공간으로 활용하는 프로그램이고, The Loop는 지속가능한 도시개발을 연구하는 URB가 제안한 훨씬 큰 규모의 미래 도시 인프라 구상입니다.



그런데 두 아이디어의 출발점에는 꽤 비슷한 고민이 있습니다.
“더운 두바이에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더 많이 걷고, 뛰고,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
The Loop는 이를 위해 무려 93km 길이의 기후 제어(climate-controlled) 도시 회랑을 제안합니다.
내부에서 사람들이 걷고, 뛰고, 자전거를 타면서 두바이의 여러 지역을 연결한다는 구상입니다.
The Loop는 93km짜리 실내 조깅코스가 아닙니다
The Loop를 단순한 93km짜리 실내 조깅코스라고 생각하면 이 프로젝트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목표는 훨씬 큽니다.
사람들이 운동하러 일부러 찾아가는 공간을 만드는 것을 넘어,
걷기와 자전거가 실제 이동수단이 되게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집에서 나와 The Loop에 들어가 자전거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걸어서 생활편의시설에 가고, 퇴근하면서 조깅을 할 수도 있는 도시를 상상하는 것입니다.
URB는 The Loop가 300만 명 이상의 주민을 주요 장소 및 서비스와 연결하고, 두바이의 20-minute city, 즉 일상생활에 필요한 주요 시설을 가까운 생활권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계획 방향과 연결되는 것을 목표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두바이에서 ’20분 도시’라는 게 가능할까?
사실 두바이에 오래 살수록 이 이야기가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서울 같은 도시에서는 집에서 나와 편의점에 가고, 식당에 가고,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것이 당연합니다.
두바이는 다릅니다.
좋은 주거단지와 좋은 쇼핑몰, 좋은 학교와 병원은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를 연결하는 방식은 대부분 자동차입니다.
그래서 이곳은 한국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골목상권’이라는 단어를 쓸 만한 지역이 많지 않습니다.
길 건너편에 건물이 보여도 걸어가기 어려운 곳이 있고, 1km 정도 거리인데도 차를 타는 것이 훨씬 편한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여름에는 기온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두바이에서 Walkability, 즉 보행친화성을 높이려면 단순히 인도를 조금 넓히거나 자전거도로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기후 자체를 도시 설계의 일부로 생각해야 합니다.
The Loop가 흥미로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URB가 공개한 구상을 보면 단순한 보행로뿐 아니라 녹지, 운동시설, 스포츠 코트, 커뮤니티 공간, 웰니스 시설 등을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 집어넣습니다.
즉,
도로 → 자동차 → 목적지
중심이었던 도시의 구조를
집 → 걷기·자전거 → 커뮤니티 → 목적지
중심으로 바꿔보겠다는 생각입니다.
사실 Dubai Mallathon도 작은 도시 실험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몰라톤이 재미있습니다.
단순한 여름 이벤트로 볼 수도 있지만, 조금 다르게 보면 두바이가 가진 문제를 두바이 방식으로 해결하는 작은 도시 실험처럼 느껴집니다.
밖이 너무 더워서 사람들이 운동을 못 한다면,
“더우니까 어쩔 수 없지.” 라고 하는 대신,
“그럼 에어컨이 나오는 쇼핑몰에서 뛰면 되지.”
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처음 들으면 조금 엉뚱해 보이는 아이디어가 실제 사람들이 이용하기 시작하면 하나의 생활문화가 됩니다.
The Loop도 어쩌면 같은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쇼핑몰 안에서 가능하다면 도시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The Loop Dubai가 정말 만들어지는 걸까?
인터넷에서 The Loop의 멋진 조감도를 보면 이미 두바이 정부가 건설 중인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처럼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현재 공개된 내용을 기준으로 보면 The Loop는 URB가 제안하고 발전시키고 있는 도시계획 비전으로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URB에 따르면 The Loop는 2023년 처음 공개됐고, 이후 1,000km 이상의 자전거 인프라를 구상하는 Dubai Cycle City 2040 연구에도 포함됐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프로젝트가 꽤 흥미롭습니다.
왜냐하면 실제 건설 여부를 떠나 두바이가 앞으로 어떤 도시가 되려고 하는지를 보여주는 아이디어이기 때문입니다.
The Loop와 두바이 부동산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부동산 일을 하다 보니 이런 두바이 도시계획을 보면 자연스럽게 부동산을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보통 부동산의 가치를 이야기할 때 이런 것들을 봅니다.
학교가 가까운지, 쇼핑몰이 가까운지, 메트로가 있는지, 주요 도로 진입이 편한지 등입니다.
그런데 더운 두바이에서는 여기에 한 가지 기준이 더 추가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걸어갈 만한 거리에 다양한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가?”
예를 들어 Dubai Hills Estate가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도 단순히 새 아파트가 많아서만은 아닙니다.
공원, 쇼핑몰, 학교, 병원과 주거지역이 하나의 생활권으로 형성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Dubai Creek Harbour 같은 신규 개발 지역을 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건물 하나의 화려함뿐 아니라,
그 건물 밖으로 나왔을 때 어떤 생활이 가능한가?
라는 것입니다.
Mallathon에서 The Loop까지
오늘은 Mallathon 이야기로 시작해서 The Loop, 그리고 두바이 부동산 이야기까지 이어졌네요.
쇼핑몰에서 뛰다가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될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
하지만 결국 부동산의 가치라는 것도 집 안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집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을 때 어떤 삶을 살 수 있는가.
저는 앞으로 두바이 부동산을 볼 때 이 부분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The Loop가 지금 공개된 모습 그대로 실현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두바이라는 도시가 앞으로 어디를 바라보는지, 얼마나 창의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가 아닐까요?
앞으로도 두바이 부동산과 두바이 라이프, 그리고 이 도시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계속 전해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의 두바이 리빙 파트너
더하임의 션이었습니다.